본문 바로가기

수필10

검은 invrtd든 흰 invrtd든 버그만 잘 잡으면 그만이다 컴퓨터공학에 대한 작은 고찰 0. 난 내가 컴공을 2021년 9월부터 시작했다고 말하지만, 실은 전에도 스크래치나 파이썬을 깔짝거려 본 경험 정도는 있었다. 중학생 때 스크래치 노가다로 스도쿠 푸는 프로그램 같은 걸 만들어본 적 있었고(6x6 허접임), 고등학생 때 파이썬은 대체로 수학 소논문 같은 거 쓸 때 시뮬레이션 용도로 썼었다. 예를 들면 "클래시 로얄 점수 분포가 정규분포가 아님을 증명한 그 소논문" 같은 데서 점수 시뮬레이션 돌리거나 할 때. 그랬기 때문에 난 컴공을 그 시절부터 배웠다고 말하는 걸 꺼린다. 인간은 언제 컴퓨터를 제대로 알게 되나, 하고 물어본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시간복잡도를 알았을 때 컴공이 된다고. 왜냐하면 그 시점이 되어서야 컴퓨터는 긍정하기만 하는 기계가 아.. 2024. 1. 8.
카이스트 교환 12-14주차 - 냉장고사회 유년 시절을 샌프란시스코에서 살다 철학 박사학위를 받고 나서야 처음으로 한국에 방문한 철학자 김예원은 한국을 냉장고사회 (Refrigerator Society)로 진단했다. 그 이유는 ㅈㄴ 춥기 때문이다. 요새 나도 한국이 냉장고사회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데 패딩을 입지 않으면 얼어 죽을 것 같다는 목숨의 위협을 느낀다. 하지만 패딩이 없다. 옷 옮길 때 안 예쁘다는 이유로 후순위로 미뤄뒀던 게 이렇게 되돌아오는 것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냥 그런 대로 살아야지 오늘의 일기 스타트 11/15 수 카이스트에서 뭔가를 한다고 했다. 근데 그게 학생들이 부스 운영하고, 푸드트럭 오고, 이런 건 알겠는데 그게 뭐였는지 기억 안 난다. 설영이랑 같이 부스 잠깐 들렀다. 쿠키 장식 만들고 뭐 만들고... .. 2023. 12. 3.
카이스트 교환 10-11주차 - 인생망했음 안녕하세요 저는 카이스트에서 공부를 '안' 하고 있는 inverted.h입니다 (갑자기 닉네임 길이 늘어난 이유: 변수명에 줄임말을 쓰지 말라는 클린코드 원칙에 따라 닉네임 바꿀까 생각 중;;) 인생이 망했다는 선언은 대부분의 경우 삶에는 자신이 인지하지도 못하는 제3의 길이 있다는 것을 망각한 인간의 한탄 정도로 그 뜻이 축소된다. (내가 실제로 그렇게 살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정말로 인생 망했다는 선언을 하고 싶다면,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 개인적 측면에서, 사회적 측면에서 어떤 노력을 해야 사람들에게 자기 인생이 망했다는 것을 설득시킬 수 있을까? 오늘의 일기 스타트. 시험 성적이 대충 나오고 있긴 한데요 카이스트 OTL에 들어가보면 과목 후기를 남길 때 .. 2023. 11. 12.
카이스트 교환 9주차 - 기록이 쌓이면 뭐시기가 된다 안녕하세요 저는 카이스트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내 이름이 뭐였더라? 하지만 이름이 없더라도 일기는 계속되어야 한다 당신의 인생은 카이스트 거위보다 아름다웠나? 난 아니었다. 오늘의 일기 스따뜨 10/20 금 카이스트 교환 9주차 - 라는 제목을 갖고 있는 이 일기는 빡대가리 같게도 8주차 금요일부터 시작한다. 언어학자 소쉬르는 이런 사실을 밝혀냈다. "노랑"과 "녹색"을 생각해보자. 그러면 노랑과 녹색 사이에 있는 테니스공 같은 색은 어디부터 노랑이고 어디부터 녹색이라고 할 수 있을까? 소쉬르에 따르면 그것은 정해진 것이 아니다. 문화마다 다르기 때문에 외국인이 옵틱 옐로라고 이름붙인 색을 보고 한국에 있는 코 큰 할아방탱이가 녹색이라고 왕발진하는 일이 생긴다. 의미의 지도는 연속적이고 단어는 그 의미의.. 2023. 10. 28.
카이스트 교환 7-8주차 - 흐트러지기 안녕하세요 저는 카이스트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INVRTD.H입니다 (my id is case insensitive) 카이스트에 온 지 절반이 지나가고 있고, 안타까운 사실은, 내가 왜 여기 왔는지 슬슬 까먹기 시작하고 있다. 물론 지난번에도 말했듯이 난 지스트에서 도망친 게 맞지만, 시인은 자신이 만든 세계로 도망친 뒤 그 세계를 몰고 지구를 들이받는 사람이기 때문에(??) 카이스트에서 랩실을 찾든 뭘 하든 아무튼 해야 한다. 사는 대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아시겠어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씨? 오늘의 일기 스타트사람에게는 몇 시간의 공부가 필요한가7-8주차라는 도발적인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나는 시험기간이었고, 시험기간이란 시험을 제외한 모든 것이 잼이있어지는 기간이다. 이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 하.. 2023. 10. 22.
카이스트 교환 4-5주차 - 서랍 속에 넣어둔 꿈 한 조각 안녕하세요 저는 KAIST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인버트입니다 지스트라는 안전지대를 떠나 처음 온 카이스트라는 환경은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합니다 는 개뿔 그냥 대학이잖아! 다른 곳에서도 같은 것을 공부하고 같은 언어를 쓰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일까 권태의 징조일까 이번 주의 일기 시작 9/18 별 일은 없다 하늘이 예뻐서 찍어 보았다 하늘이 예쁘다 음... 버클리의 하늘보다는 덜 예쁘다 근데 이런 하늘마저도 그렇게 자주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최근 한동안 비가 너무 자주 와서 기분이 우울했었다 비구름은 마치 야외에조차도 천장을 규정하는 힘 같다 마치 잘 만들어진 판옵티콘이다 비 오는 날씨는 탁 트인 날씨가 좋았다 예쁜 것은 사람을 의존적이게 만든다 닭볶음탕을 먹었다 사실 닭도리탕이 표준어다 사실 닭뭉.. 2023. 9. 27.
카이스트 교환 2-3주차 - 인생이라는 망겜에서 낙오되지 않기 안녕하세요 저는 카이스트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학부생 invrtd.h입니다 요즘 일기를 많이 쓰죠? 보고 싶은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야 내가 아무래도 선톡을 하는 걸 어려워하는 스타일이다 보니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도 날 대하기 부담스러워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잠깐 해 봤어 (그래서 제가 엄청난 인스타 예찬론자입니다 서로에게 선톡을 할 계기를 제공해 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께 고마워하고 있다는 걸 알아줘요 (나 짜증나게 한 사람들 제외) 가자 알수없는 세계로 중간에 급발진해서 Splay Tree 자료구조를 설명하거나, 김영하와는 다르게 내가 짜증이라는 단어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거나(이유: 어린애가 된 것 같아서 좋아함), 한병철 까거나 해도 이 사람이 좀 스트레.. 2023. 9. 16.
나르시시즘에서 벗어나기 자기가 나르시시스틱한 인간이라고 생각해본 적 있나요 난 없는데요 상식적으로 2021시즌을 우울증, 자기비하로 개고생한 인간이 어떻게 나르시시스틱할 수가 있겠습니까 ???: 우울증은 나르시시즘적인 질병이다 그럼 제목이 왜 저러냐고요?? 이 글의 주제는 주제가 왜 나오지?? 사실 자기가 나르시시스트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기를 나르시시스트로 규정하면서 스스로 자존감을 깎아먹는 불쌍한 우리들에 대한 것입니다 현대인들은 자기를 사랑하는 방법을 잘 모르지 않습니까 항상 과열되어 있고 경쟁에서 뒤쳐지면 그것은 곧 죽음을 의미하는데, 사랑하기는 어렵고 우리는 상처받기를 무서워하는데, 윗세대는 출산율 떨어진다고 뭐라 하고 젊은이들이 사랑하는 법을 모른다고 꼰대질하고 그런 것임. 연애를 신격화하는 사람들을 경계하십시오! .. 2023. 9. 10.
나는 무엇으로부터 도망치고 있나 8월 25일 일기 카이스트 교환학생을 가기로 결심하고 나서 주변 사람들한테 "나는 도망치는 거다"라고 얘기하고 다녔는데 대체 무엇으로부터 도망치고 있단 말인가. 사실 별 거 없음. 알고리즘 동아리 터지고 나서 수업을 참여해 봤는데, 음... 내가 무슨 폴란드 망명 정부의 지폐처럼 느껴지더라고. 쿠데타 실패한 프리코진의 기분으로 몇 달을 살았음. 그러니까 여러분은 노력해도 안 되는 것에 대해서는 꿈을 꾸지 말도록 하시오. 4월쯤인가 이미 카이스트로 가기로 결심함. 그리고 마침 카이스트에 내가 짝사랑하는 교수님이 한 분 계셨는데 본인은 좋아하는 사람에게 감정 표현을 잘 못하기 때문에(??) 열심히 랩실에 넣어달라는 편지를 준비해 보기로 결심했음. 그리고 열심히 CV를 적었지. 그리고 CV를 적으며 느낀 사실.. 2023. 8. 25.
GDSC GIST 2기에 떨어졌습니다! 몇몇 사실들을 되짚어봅시다. 나는 분명히 GDSC GIST 2기에 지원했고, 떨어졌습니다. 그 사실을 알고 나서 맨 처음 한 일은 내 인스타그램 계정에 이 사진을 올린 뒤, 그것을 프로필 상단에 고정하는 일이었습니다. 나는 이 행동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지 않는 비일상적인 행동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리적인 행동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나도 부끄러움 같은 인간적 감정을 느낍니다만, 적지 않은 케이스에서 감정은 합리적 사고를 하는 데 방해가 되고 저는 이번의 사례 또한 그런 사례 중 하나라고 느꼈습니다. 요컨대 합리적 사고를 하려면 부끄러움을 뛰어넘을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설명이 약간 부족한 것 같습니다. 이 사실을 집어들고 나서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에 대해 여기에 .. 2022. 10.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