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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11] 저주하는 인연들을 위해

by invrtd.h 2022. 9. 11.

있잖아, 난 카카오톡 차단 버튼이 왜 이렇게 불친절한 곳에 만들어졌는지 모르겠어, 친구 목록에서 그 사람을 일일이 찾아서 제거해야 한다는 게 너무 비효율적으로 느껴져, 왜 그 사람 프로필 바로 옆에 차단 버튼을 박아놓지 않는 거야?

그리고 차단 해제는 왜 그렇게 쉬운 일인지도 모르겠어, 무릇 차단이란, 그리움을 차단하고 순수함을 지키는 훌륭한 발명품 아냐? 근데 차단 해제가 이렇게 쉽다는 게 윤리적으로 말이나 되는 거냐고, 이게 다 카카오톡의 도덕적 해이 때문에 지금 온 세상에 전 남친들의 ‘자니?’가 넘쳐흐르고 있는 거잖아, 왜 차단 해제 버튼에는 지문 인식과 20자 이상의 비밀번호와 ‘로봇이 아닙니다’와 100자리 수의 소인수분해 문제 등이 적용되어 있지 않지?

떠나갈 사람은 뒤도 돌아보지 말고 떠나가라,
그렇지 못한 인간들은 다 소금기둥이 되어버린단다, 성경이 말했지,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은 걸 잘 알아, 네가 이 글을 보는 순간 숨쉬는 것을 의식하게 되듯이, 금기를 의식하고 나면 아무 이유 없이 금기에 홀려버리는 게 인간 아니겠어, 그리고 내 마음도 그런 것 같아

그리고 내 마음도 그런 것 같아
끝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 눈으로 꼭 알고 싶은 게 있어서, 마치 태양을 향하는 이카로스 같이
하와는 선악과를 따먹음으로써 자유의지를 얻었다
우리가 자유의지가 없는 삶을 산다 느낀다면 지금 당장 에덴동산으로 향하는 게 좋겠다
그리고 선악과를 따먹은 이후에는- 떠나갈 사람은 뒤도 돌아보지 말고 떠나가라 무릇 차단이란 그리움을 차단하고 순수함을 지키는 훌륭한

벌써 수백 개의 선악과를 따먹은 것 같았다.
마치 오늘 밤 누군가 나에게 ‘자니?’라고 연락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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