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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15, [사랑에 사랑을 더하면 팔랑]

by invrtd.h 2023. 1. 19.

 

 아직도 네가 날 노려다보며 내 심장에 주사를 들이대는 듯해. 거칠게 찔려도 더는 아파하지 않는 척하는 어른처럼 나는 순순히 내 피를 내어줄 듯해. 다리는 떨리고. 세상은 어지럽고. 따갑게 부드러운 향은 잔인하게도 내 감정을 흔들어대는. 아직도 너는 프리즘을 깨부술 때 튀어나올 마지막 빛깔같이 예쁘고, 네가 나에게 던지는 의미없는 낱말들의 연속에 내 피부는 파란색으로 물들어가는데. 여름이 오기 전까지는 숨기고 다닐 수 있는, 남들보다 빠르게 뛰는 심장으로 일상을 살 때면 때때로 칵테일 한 잔에 다 녹여내버리고 싶은. 그리고 하루의 마지막에, 완전한 어둠(또는 완전한 빛) 속에서 샤워할 때면 그제야 새어나오는 파란색 자국 말야.

 

 벚꽃이 팔랑 하고 떨어질 때면 너는 벚꽃이 예쁘냐고 네가 예쁘냐고 물어봐. 내가 깨달음을 얻은 듯한 표정을 한 그 순간에 넌 내게서 꽃에 색채를 입히는 법을 훔쳐가버려. 이제 나는 다시는 거룩한 눈으로 봄을 기다릴 수 없는 인간이 되고, 반대로 너는 세상 모든 분홍을 다 몰고 다니는 바람이 되고. 산타는 없다는 것을 안 아이처럼 멍하니 남겨진 것을 바라보고 있을 때면, 앞으로 넌 내게 소중했던 것들을 얼마나 더 시들어버리게 만들지 원망스럽다가도,

 

 사랑은 사랑을 잃어버리는 것만큼이나 손떨리는 일이고, 너의 언어로 표현하는 너의 세상은 때때로 잔잔하다가 때때로 아름답고, 어느 어느 일상에 누군가는, 너의 말버릇을 하루종일 생각하다 어느새 스며들어 버린 나를 봤다며 내게 말했다. 네가 아름다운 만큼 세상은 점점 메말라 가고, 거칠게 찔려버린 나는 네게 소중한 것들에 점점 설레어만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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