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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2022년에 내가 썼던 산문 연말결산

by invrtd.h 2023. 1. 8.

 그래서 나는 그에게 동조해야 했다. 비록 K가 소시오패스라고 믿을 이유가 없긴 했지만, 내가 모르는 무엇인가가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은 틀렸다. 나는 그가 처한 상황에 대해 모를수록 오히려 K는 소시오패스가 아니라고 주장해야 했다. 왜냐하면 내가 그 사람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 상태에서 P(b->a) / P(~b->a)의 값은 당연히 1이고, 따라서 그녀가 소시오패스일 확률은 변동 없이 1:24, 즉 4%이기 때문이다.

-[사랑과 이해와 베이즈주의] 2022.02.20.

 

 야 '화가 나는'을 영어로 하면 뭔지 아냐? I'm an artist.

-[복소함수학 줌 주소는 417 717 110] 2022.03.12.

 

 **이(내 친구)가 짝사랑하는 여자 두고 결혼하고 싶다고 말한 거 보고, 내가 '존나 멋지다'라고 생각했던 거 보면. 단체로 정신 나간 사람들끼리 좋아하고, 단체로 정신 나간 사람들끼리 사랑한다.

-[넥라 인선 스니커즈] 2022.03.24. 그 친구는 결국 그 여자와 연애하는 데 성공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윤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신문사 마니또 쪽지] 2022.05.08. 처음에는 그냥 개드립이었지만 나중에는 정말로 이윤만을 추구하는 사람이 될 뻔했는걸.

 

 언어가 차연되는 게 뭐가 중요하냐, 지금 내가 정렬을 O(nlogn) 안에 할 수 있느냐가 나한테는 더 중요한 거 아니냐

 (...) 아니면 C++을 메모장으로 코딩하는 느낌일지도요. 철학의 세계에서도, 아니면 소설의 세계에서도 뭔가 개발 환경 같은 게 있어서 논리적 오류가 있다 하면 프로그램이 그걸 읽어서 빨간 밑줄이 쳐지면서 ‘이런 좆 같은 논리를 짜 놓고도 개발자로/소설가로/학자로 살아남기를 원하십니까?’ 같은 메시지라도 나한테 던져 줬으면 좋겠는데, 2022년에는 아무도 그런 걸 개발할 수 없잖아요?

 (...) “연애에는 조건이 필요해. 라식, 안정된 감정 상태, 그리고 돈을 많이 벌어야 되고…” (뭐 솔직히 말해서 그때 그가 말했던 연애에 필요한 조건이 뭐였는지 잘 기억은 안 납니다. 기억나는 것 3개만 적었습니다. 알아서 상상해서 채워넣어 주실 수 있나요?) 그때 제가 뭐라고 말했을까요? “무슨 소리야? 연애에는 아무런 조건이 필요 없어.” 이 대화는 연애에 대한 단순한 논평 정도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선배 정도로 똑똑한 사람이라면 눈치채셨을 겁니다. 이 대화는 정치싸움이라는 것을요.

-쓰다가 버린 소설. 글에서 등장하는 '조건'은 필요조건으로서의 조건이다.

 

 

 그동안의 일련의 소설적 방황에서 계속해서 저는, 저와 소설을 분리하는 법에 대해 고민해 왔습니다. 사실 저와 소설이 반드시 분리되어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예’라고 대답하는 데는 어떤 철학적 근거도 없는 것 같지만, 그냥 제가 그걸 싫어했습니다. 텍스트 바깥에는 아무것도 없다, 라는 말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텍스트 바깥에 있는 나를 읽어내려고 시도할 거라는 사실이 무서웠습니다.

 (...) 내 애착유형이 불안형 애착유형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운 좋게도 미리 간이 진단을 통해 그 사실을 알 수 있었고, 이후 명상(?)을 조금 해 보니 다음과 같은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느끼는 ‘불안’은 대개 인간의 직관이 베이즈 정리와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단순 인지오류일 뿐 사회학적 근거도 철학적 근거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직관이 이론과 대치될 때, 저는 직관을 뜯어고치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불안이 침범할 때마다 일단 숫자부터 꺼내서 베이즈 정리에 대입부터 해 보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좀 익숙해지면 사전확률을 사후확률로 업데이트하는 과정을 머릿속에서 바로 끝낼 수 있게 되고, 더 더 익숙해지면 숫자조차 필요가 없게 됩니다.

 (...) 2020년의 나와 2021년의 나는 다른 사람입니다. C++98과 C++11 정도의 차이가 있단 말입니다. 저는 불안정 애착을 치료한 대가로 보통 사람처럼 생각하는 법을 잃어버렸습니다. 마치 서구의 문자가 순수한 원주민사회에 흘러들어가 원주민사회를 오염시키듯이 말입니다.

-[FROM 200701 TO 220806] 2022.08.06. 소설 쓰기를 포기하면서 전 소설 스터디장 선배에게 쓴 편지. 밑줄 친 부분에 정말 많은 함의가 담겨 있다. 저 말은 레비스트로스가 했던 말인데 나중에 데리다가 '문자가 존재하지 않던 순수한 원주민사회는 존재하지도 않았다'며 반박했다. 저 문장은 다분히 의도적으로 삽입된 것이고, 해석해보면 '정말로 내가 보통 사람처럼 생각하는 법을 잃어버린 게 베이즈주의 때문이 맞는지 사실 이전부터 그런 건 아닌지조차도 잘 모르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근데 그것과는 별개로 베이즈주의와 '직관 뜯어고치기'가 마음의 안정에 지대한 영향을 준 건 맞는 듯하다. 심리학은 잘 모르지만 아마 인지치료가 이런 식일 듯.

 

 이 글을 썼던 시기에 전국 대학생 프로그래밍 대회 동아리 연합회장의 https://blog.kyouko.moe/65 << 이 글을 읽었고 큰 감명을 받았다. 내가 소설을 쓴다면 쓰고 싶었던 분위기, 필체가 딱 이런 거였는데.

 

 무슨 KMP니 Bitmask DP니 하는 플래 알고리즘이나 다이아 난이도의 Divide-and-Conquer나 하는 말도 안 되는 것들을 하다 보니 어느새 솔브닥 랭킹 상위 0.77%를 찍어 버렸습니다. 난 작년 11월쯤에 지스트 랭킹 순위표를 보면서 ‘와 다이아 찍은 사람들은 대체 뭐하는 사람들일까’라고 생각했는데 이젠 그 사람이 나입니다. (적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습니다.) 근데 지금은 백준을 푸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해서 백준을 하지만, 언젠가는 백준을 그만해야 할 시기가 온다는 것을 압니다. 

 (...) 내 전략은 아주 단순한데, 남들이 창의성으로 승부할 때 나 혼자서만 실력으로 승부하는 것입니다. 난 객체 지향 프로그래밍 기말과제 할 때도 이 전략을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객체 지향적인 설계를 유지하되 맞춤법 검사기 같은 오버테크놀로지를 집어넣는 것입니다. 

-[생각이라는 걸 좀 해봐야겠다] 2022.08.21.

 

 

 들리는 바로는 옛날에는 JAVA로 계산기 만들기를 시켰다는 말이 있던데 요즘은 그런 허접한 언어를 쓰지 않습니다. 요즘은 C++를 씁니다. JAVA는 operator overloading도 못하는 허접스러운 언어이며, 가상머신 위에서 돌아가므로 근본이 없기 때문입니다.

 (...) 하지만 C++의 크기는 사랑의 크기에 비해 한없이 크다는 사실을, 저는 깨닫고 말았습니다.

 (...) 세상에 악인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별로 그렇게 절망적이지 않습니다. 세상에는 선한 사람이 더 많을 테니까요. 바꿔 말하면, 선인이 나를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은 절망적입니다.

-2022.10.10.

 

 

 C++을 사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X같음은 다른 언어에서는 감히 체험도 하지 못할 소중한 감정일 겁니다.

 (...) GDSC에서는 웹, 앱, AI/ML 분과를 받지 디자인 패턴 분과를 받지 않는다는 사실.진짜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었는데 말이죠. 그걸 대체 왜 모르고 있었을까요?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모르고 있었던 게 아닙니다! 저는 좋아하는 사람 앞에 설 때 빼고는 바보 멍청이가 아니니까요. 전 단지 디자인 패턴을 배우고 싶었기에, 디자인 패턴 스터디를 만들고 싶다고 썼습니다. 그게 다입니다.

 (...) 나는 내가 이 험난한 개발자 업계에서, 상당히 마이너한 무언가를 파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었습니다. 디자인 패턴 스터디를 만들겠다는 제안은 꿈과 타협이라는 두 가지 성질을 모두 갖고 있었습니다. "어쨌든 지스트에서는 C++ 스터디 같은 건 못 만들겠지." 같은 생각에서 나오는 타협과, 더 좋은 개발자가 되겠다는 꿈. 저는 어느 날, 이 타협이 실제로는 전혀 타협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지스트에서는 디자인 패턴 스터디를 만들 수 없습니다. 아마도 말입니다.

-[GDSC GIST 2기에 떨어졌습니다!] 2022.10.13.

 

 내가 <한국현대소설의 이해> 수업에서 포럼에 글을 열 번 정도 올린 것 같은데, 한 번 글을 올릴 때마다 세 개 정도의 취약점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글을 완성할 때쯤 다시 보면 그 글에 대해서 반박할 수 있는 논리도 내 머릿속에서 이미 완성해 놓았다는 것이다. 아마 차미령 교수님은 다 합쳐서 삼십 개는 되는 취약점들을 다 관조하고 있으리라, 고 나는 생각했다. 나는 약간의 절망감을 느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아무도 내가 생각한 취약점을 건드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니 이렇게 이렇게 해서 하면 반박이 될 텐데?’ 싶은 부분도 사람들은 건드리지 않았는데 그게 귀찮아서 그랬는지 정말 못 봐서 그런 건지는 잘 모른다. 어쨌든 언젠가부터 나는 오히려 누군가가 그 취약점을 건드려 주기를 바랐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그런 식으로라도 대화할 사람을 찾으려 한 것일 수도 있겠다.

-[했으나 말하지 못했던 생각들] 2022.11.01.

 

 1. 내 눈앞에 놓인 인간이 가능한 한 합리적이라고 가정하라

 2.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혼돈으로 치부하는 행위를 유일한 절대악이라고 가정하라

-[2가지 인생의 법칙] 2022.11.06

 

 *

 

 2022년 한 해 동안 썼던 수필 다 모아본 결론 : 참 많이도 돌아다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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