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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카이스트 교환 9주차 - 기록이 쌓이면 뭐시기가 된다

by invrtd.h 2023. 10. 28.

안녕하세요 저는 카이스트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내 이름이 뭐였더라?
하지만 이름이 없더라도 일기는 계속되어야 한다
당신의 인생은 카이스트 거위보다 아름다웠나? 난 아니었다. 오늘의 일기 스따뜨
 

Fig 1. 기록이 쌓이면 뭐시기

 

10/20 금

카이스트 교환 9주차 - 라는 제목을 갖고 있는 이 일기는 빡대가리 같게도 8주차 금요일부터 시작한다.
언어학자 소쉬르는 이런 사실을 밝혀냈다. "노랑"과 "녹색"을 생각해보자. 그러면 노랑과 녹색 사이에 있는 테니스공 같은 색은 어디부터 노랑이고 어디부터 녹색이라고 할 수 있을까? 소쉬르에 따르면 그것은 정해진 것이 아니다. 문화마다 다르기 때문에 외국인이 옵틱 옐로라고 이름붙인 색을 보고 한국에 있는 코 큰 할아방탱이가 녹색이라고 왕발진하는 일이 생긴다. 의미의 지도는 연속적이고 단어는 그 의미의 지도 적당한 곳에 경계선을 대충 그어놓는 역할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빡통 같은 글도 제목이 9주차면서 8주차 금요일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약 2달 동안 대전에만 있다가 기차를 타고 광주로 출발했다. ICPC 예선을 보기 위해서다. ICPC... 그것은 무슨 대회인가? International Collegiate Programming Contest, 즉 국제 대학생 프로그래밍 경시대회다. 아무리 노력해도 20등 이상으로는 절대 올라갈 수 없는 실력빨 망겜 대회기도 하다. 하지만 아무래도 광주에 왔다가 대회만 치고 다시 뿅 하고 사라지는 건 좀 그러니까 친구들을 만나기로 했다.

 

Fig 2. 그날의 패션


문제는 지스트는 시험이 안 끝났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10/20의 다음 주인 10/23부터가 시험기간이었다. 친구를 만나기에 최악의 타이밍이 있다면 그 날짜가 바로 10/20 - 10/22가 될 것이다. 그럼에도 몇몇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니 새삼 고마워지는걸.
 
은찬이에게 지스트 긱사 화장실의 비밀을 알려주었다. 은찬이는 매우 놀라워하면서 기뻐했다.
 
치킨을 먹었다. 근데 브랜드 이름이 기억이 안 난다. 부리또랑 되게 비슷한 발음이었는데... 라부리따에서 파는 캘리포니아 부리또 스낵패스로 시킨 다음 받아와서 먹고 싶다. 하여간에 은찬이가 그 부리또 치킨에서 알바를 하고 있다고 들었다. 은찬이 보면 저렇게 바쁜 삶을 사는 사람이 어떻게 알바까지 하나 새삼 존경스러워지는걸... 나도 알바!를 해 보고 싶긴 하다. 특히 가르치는 일을 해 보고 싶다. 광주 돌아가면, 코딩학원에서 학생들 가르친다거나 하는 일자리 없나? 근데...모르겠다 스트레스 안 받고 일할 수 있을지는. 난 내 스트레스 관리에 꽤 신경을 쓰는 편이니까.
 
해원이랑 수민이가 지대로 동아리의 23학번 얘길 하는데... 내가 늙었다는 게 약?간 실감되더라. 원래 사각사각 많이 했었는데 언젠가부터 동아리 내에서 싫어하는 사람도 생기고, 여러 이유로 동방 못 들어가기 시작하니까 막 친해지려고 했던 23학번 친구들과도 연결될 기회가 줄어들고... 해서 그때 한 생각이, 내가 옛날에 너무 많은 것을 누리고 살았나? 였다. 
 
오랜만에 보는 사람들이 많아서 좋았다.

 

Fig 3. 그날의 모텔의 모습 (ICPC 본선 가면 또 모텔 잡아야 되네;;)

10/21 토

대망의 ICPC 예선 날. 사람들이 왜 ICPC를 보려면 광주에 가야 하냐고 물어본다. 인터넷 예선이기 때문이다. 감독을 각 학교가 자체적으로 하고, 팀끼리 적절한 장소에서 만나서 감독을 받으며 ICPC를 보면 된다. 그런데 제도가 잘 되어 있는 학교는 ICPC 예선이 교내 대회의 지위를 갖고 있기도 하다고 들었다. 아무래도 상황이 사람을 만든다고, 이런 게 좀 있으면 ICPC에 우리 학교 학생들 관심도 좀 쏠리고 하지 않을까. 대회는 스펙이 되니까. 솔직히 PS 하면서 가장 아쉬운 건 아무래도, PS 자체는 스펙이 되지 않는다는 거 아닐까요?
 
아무튼 난 카이 교환학생이니까 팀을 만나려면 광주에 가야 한다.
 
결과적으로 34등으로 본선에 진출했다.

Fig 4. 34등

팀명 DROP DATABASE;는 원래 유명한 해킹 기법 중 하나인 SQL 인젝션 코드,
    BLS"); DROP DATABASE;--
였는데 특수문자못씀 + 팀명 15자 이슈로 인해 좀 더 간결하게 변경되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저 SQL 인젝션 코드가 실제로 작동하면(...) 우리가 잘못한 거 아니냐 하는 이슈도 있었다. 한 가지 이상한 점은, 대회 관리 프로그램 자체는 20자 이상의 팀명이나 특수문자를 모두 허용한다. 특수문자 사용 불가능, 팀명 15자 제한은 문서상으로만 그렇게 되어 있을 뿐, 많은 팀이 특수문자와 20자 이상의 팀명을 사용한다.
 
그리고 팀원은 실명 가나다 순으로 나열하면, 백준 핸들이 각각 armyantking, invrtd_h, 172635. 2플래티넘 1다이아 팀이다. (인버트는 army와 1726의 다이아 승격을 응원합니다)
 
저 위 높은 곳(?)에 지지난 주에 나와 같은 팀이었던 SSS 팀이 보인다. 비록 5등 차이가 나긴 하지만 오렌지 퍼플과 비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은걸?
 
사진에 보이는 H First Solve는 내가 한 게 아니다. 23학번 팀원이 했다. 이 솔브 하나에 너무 놀란 나머지 나는 ICPC가 끝나고 나서도 H번 답을 보면서 "이게 왜 되지?"를 시전하고 있었다. 솔직히 진짜 말이 안 되는 게, 솔브닥 랭킹으로 한국 185위 찍은 나도 감히 거들떠도 못 보는 게 ICPC 수상자들이다. 근데 그런 미친 사람들을 제끼고 First Solve를 해? 나도 아직 한 번도 못해봤는데? 
 
솔직히 여러 가지 운이 겹쳐서 이렇게 된 거긴 했다. 23학번 팀원 분이 H First Solve를 할 때 상황이, 문제가 애드 혹이라 배경지식 없는 풀이가 존재했음 + 그 풀이가 간결해서 1트에 성공 가능했고, 코딩 시간도 빨랐음 + 시간복잡도를 구차하게 생각할 필요 없었음 + 하필 그 때만 컴퓨터가 비어 있었음. 상황이 조금만이라도 틀어졌으면 H 퍼솔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대회 팀원을 당일 처음 본 상태였고, 그 사람이 얼마나 잘하는지 몰랐고, 그래서 H 퍼솔이 실패하면 바로 I로 넘어갈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본선에서는 팀원의 성향을 더 잘 이해하고 소통하는 것이 중요할 듯하다. 어쨌든 이건 하나의 기적과도 같았고, 너무 안 믿긴 나머지 나는 처음에 "데이터가 이상해서 통과 안 되어야 하는 풀이가 통과됐나?"하는 의심까지 했다. (나도 ICPC 2년차라 잘 모르지만 이런 경우가 종종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근데 계속 들여다보니까 애초에 데이터가 이상할 수 없는 문제더라. 아무튼 그런 이유 때문에 2팀밖에 안 풀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H 난이도는 P1-D5로 잡힐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I 못 푼 게 아쉽다. DP라는 사실을 다 알고 있었는데 못 풀었다. 솔브닥 디코에서도 시간 순 정렬 + DP로 풀렸다는 사람을 봤는데 나도 같은 방법을 썼다. 어딜 잘못해서 틀렸을까. I 풀었으면 20등까지도 갈 수 있었는데 너무 아쉽다. 뭐... 본선에서는 시간이 2시간 늘어난 5시간이라, I 같은 문제는 시간 끝까지 박으면 풀 수 있다고 본다. 본선은 시간이 5시간이라 코포쟁이보다는 나 같은 다이아한테 더 유리하니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Fig 5. 영롱한 우삼겹쭈꾸미의 자태 (존경하라)


ICPC 끝난 다음에는 광주의 명물 미친 우삼겹 쭈꾸미를 먹었다. 그대는 '우삼겹'과 '쭈꾸미'의 조합이 얼마나 환상적인 조합인지 아는가? 이는 마치 로미오와 줄리엣, 떡볶이와 쿨피스, 지온이와 나래, 송혜근과 신소재처럼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가 없는 것이다... 혹시 그냥 쭈꾸미밖에 먹어본 사람이 없다면 우삼겹 쭈꾸미를 발견하면 꼭 먹어보도록. 사실 버클리에 있었을 때나 카이스트에 있었을 때나 지스트에 있는 사람들이 우삼겹 쭈꾸미 먹은 것을 올리는 것을 보면 부러워 미치겠는 것이다. 왈처에 따르면 세상에는 경제적 지위 정치적 지위 학문적 지위 우삼겹쭈꾸미적 지위 등 다양한 지위가 존재하고 그중 나는 우삼겹쭈꾸미적 지위를 박탈당했다. 얼마나 슬픈가? 
 

10/22 일

Fig 6. 족보세트의 자태

 

예은, 지수를 만났다. 족보세트를 먹었다. 족보세트란 족발보쌈세트라는 뜻이다. 족보세트도 사실 버클리에서 돌아온 이후로 처음 먹었다.
 
내가 대통령을 하겠다는 소명을 밝혔다. 사유) RND 예산 복구해야 됨... 일단 우영우가 된 뒤에 변호사로서 착실하게 커리어를 쌓아나가다가 대통령을 하려고 한다. 하지만 RND 예산 복구되면 포기함
 
사각사각 사람들은... 참 캐릭터가 확실해서 좋다. 사실 어느 순간부터 사각사각은 여자들끼리의 플러팅 연구 동아리로 변질됐는데 뭔 개소리여

 

Fig 7

 
그리고 내 나이 스물두살(만나이사용)... 처음으로 친구의 결혼 소식을 들었다 뭘 많이 생략해 놓고 결혼 소식이라고만 하니까 좀 이상한데
근데 이런 얘기를 들으면 넘 흥미로워서 재밌는데, 하루에 검색으로 유입이 30건쯤 들어오는 공개 블로그다 보니 자세히 썰 풀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좀 아쉽다. 네이버 블로그를 써야 할까? 그거 쓰면 서이에 올리면 되잖아
하지만 카이스트 교환 일기 시리즈 자체는 전체공개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시리즈다. 친구들이 버클리 교환 일기 많이 쓰던데 그거 버클리에서 어떻게 살아야 잘 살지 후배들한테 알려주려고 그런 것도 좀 있잖아 그거랑 비슷함
 
아 미친 결혼하고 싶다...
 
시간이 남아서 백준에 들어가서 오랜만에 루비 문제를 풀었다
현대대수 복습용으로 푼 거라 답지 보고 풀긴 했다

Fig 8

10/23-10/26 월-목 (슬슬 성적이 나오기 시작하는)

Fig 9. 그날의 카이스트

 

최적화이론 성적이 나왔다. 상위 25% 안에 드는 데 간신히 성공했다. 수강생이 15명이니까 3 4 4 4 하고 나누면 난 3~4등 정도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면 30명 수업 기준으로는 A+이잖아~~~ 지금은 A-다. 지스트의 4.5 만점 제도로 꿀 빨다가 카이스트 오니까 갑자기 학점불만족도가 높아지고 있다. 상위 30%에 걸치면 지스트에서는 4.0인데 카이스트에서는 3.7이다. 설영이 말대로 "도의적 A0" 줬으면 좋겠다. 생존 보너스 같은 거 없나? 미칠 듯이 힘든 과기원 수업을 버틴 사람들에게는 모두 생존 보너스가 필요하다. 현아가 고려대에서 그렇게 꿀을 빨았다던데...
 
확률및통계 성적이 나왔다. 100점 만점에 98점을 받았다. 죄송합니다... 사실 저도 꿀 빤 게 맞습니다. 3학년씩이나 돼서 1학년들이 많이 듣는 수업을 굳이 들어서 양학을 해야 할까? 라고 물으신다면 이 수업 사실 그렇게 쉬운 수업 아니다! 버클리 CS70 이산수학 들어봐... 거기서 반 학기 분량으로 카운팅, 확률 가르치는데, 그거의 1.5배 분량이 카이스트 확통 분량이라고... 근데 생각해보니까, 이렇게 말하면 난 1버클리만큼의 분량을 해치우고 왔으니 남들이 1.5버클리 배울 동안 나만 0.5버클리 배운 게 되니까 개꿀 빤 게 맞는데? 하지만 여러분들은 버클리의 빡통 조교 대신 킹갓황철우 교수님의 멋진 수업을 듣고 그 부하들의 훌륭하고 공정한 채점을 받고 있으니 그러려니 하시오
 
그거 아십니까... 사실 버클리에서도 남들이 1버클리 배울 동안 나 거의 0.2버클리 정도 배운 듯
다 알고 있는 내용이었음 진심
왜 알고 있는 걸 수강신청했냐고요?? 그냥... 전공과목 들어야 하잖아요... 나도 컴퓨터 보안 듣고 싶었어 근데 지스트 사람이 없더라고
내가 22학번이라 이미 적절한 그룹이 있는 인싸였다면 컴보 들어도 상관 없었겠지 하지만 난 20학번이었다구
민열이가 "역시 버클리에서도 억까당하는 코로나학번 ㅋㅋ"라고 하더군 맞말추
 
하지만 중간고사가 끝나고 난 후 몰아치는 폭풍이 진짜다. 나와 같이 카이 온 설영이가 초반부터 그러던데 시프 허재혁 교수님이랑 확통 박철우 교수님이 그렇게 수업을 잘하신다고... 근데 난 전혀 몰랐다. 왜냐하면 어차피 다 아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수업을 안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슬슬 배우는 내용이 모르는 내용이 되고 있다. 그제서야 슬슬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이 두 교수님이 얼마나 수업을 잘하셨는지...
 
아무튼 카이스트 사람들은 다들 알아야 됨 자신들이 얼마나 힘든 수업을 듣고 있는지
 
이상하게도 전컴 세 과목은 아직도 성적이 안 나왔다. DB는 담주에 나온다고 예고가 되어 있고, 시프는 아무래도 시험지가 12페이지(...)면 채점 좀 길 것 같고, 동시성은...

Fig 10. 서버가 터진 동시성 랩실

교수님의 랩실 서버가 터졌다...
교수님... 수업하다가 갑자기 구글에 iptime 검색하시고는 이게 터졌다면서 "꼭 라우터는 지원금 받아서 비싼 거 사세요" 이러시더라고... 역시 매력 대단하심 나 아무래도 교수님을 사랑하게 된 것 같아
 
본인이 교수님 동시성 랩실 들어가고는 싶은데 동시성 성적 안 나올 것 같아서 어떻게든 다른 방식으로 예쁨받으려는 인버트면 개추
 
10/23에는 모종의 사유로 패플리 활동이 1주 늦춰졌고 (공지사항 전달은 함)
10/24에 문뜨 정모에서 시 [서사중독사회]를 냈다
안타깝게도 내가 이 시에 대해서 이런 블로그 같은 데서 공개적으로 할 수 있는 얘기는 없다... 인스타 계정에도 올릴지 말지 아직까지도 고민 중이다... 듣고 싶으면 나중에 문뜨 정모를 참가하도록
 
다시 네이버 블로그 서로이웃글을 파고 싶어지기 시작했다
 

10/27 금

저녁에 현이와 전화를 했다. 사실 현이와 전화한 것은 10/26 목요일 aka 탕탕절이긴 하지만 방금 전에 말한 소쉬르 어쩌고 하는 궤변에 따라 그냥 여기에 넣겠다. 근데 내가 옛날에 했던 것 중에 비밀조직 활동이라는 게 있었는데, 분명 내가 이 조직의 존재를 철저하게 숨겼고 비밀조직에 있던 사람들한테도 비밀조직의 정체를 알리지 말라고 말했는데 대체 어떻게 현이가 비밀조직을 알고 있는 거지;; 정말 미스터리다
 
내가 현이한테 했던 말이 있는데 명언 같은 건 아니지만 쓸데없이 비관적인 게 내 스타일이라 여기다 적는다 (비관적인 게 스타일이 아닌 사람들은 ㅈㅅ)
 
꿈을 찾도록 해, 하지만 꿈을 찾는다면 우리는 꿈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못하게 될 거야, 마치 내가 PL(Programming Language)에 대해 너한테 설명해줄 수 없듯이 말이야
 

Fig 11. 영롱한 찜닭의 자태 (찬양하라)

 
invrtd.h가 사실 찜닭에 미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나요?
(다시 생각해보니까 그냥 미친 사람인 듯)
암튼 이날은 어떤 분과 같이 찜닭 먹으러 갔다가 같이 카공을 했다
이 분이 멋진 이유는 스타트업, 경영학에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스트에도 "지스트 창업의 신"에 해당하는 모 인선 씨(성씨는 가림) 같은 사람이 존재하지만 이 분은 1학년에 실제 스타트업 인턴을 시작하셨음... 사실 나도 왠지 모르게 요즘 경제학에 관심이 생겼다. 이유는 다양하다. 버클리에서 게임 이론 들으면서 흥미가 생김 + 마르크스주의에도 흥미가 생겼는데 마르크스 하면 역시 경제학이지 + 철학만으로 세상의 모든 것을 비평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음
이런 타이밍에 이 분을 시기적절하게 만난 것이다. 물론 경제학과 경영학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걸 모르는 건 아니지만, "충분히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상상력은 너무 빈약하다"는 생각을 우리 둘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누리는 자유는 온전한 자유가 아니라고 열변하시던 그분의 말이 아직 기억에 남는다. 다만 사회를 바꾸기 위해 그분은 기업과 기술로 승부하려고 하고 나는 제도를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차이점 같은 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같은 아가리 파이터(...)에 비해서 실제로 적정기술 동아리에서 활동하면서 봉사활동까지 다녀온 그분에게 배울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4시부터는 지스트 후배들 시험 보는 걸 도와줬다
그게 어떻게 가능했냐면, 시험이 open chat이라 같이 문제 푸는 것이 허용이고 심지어는 컴프 수업 안 듣는 선배한테 도와달라고 해도 허용이다
그래서 대충 도와주긴 했는데
약간 분노가 솟아오르지만 이 블로그는 공개블로그이기 때문에 최대한 긍정적인 에너지만을 추구하도록 하겠음
그래서 시험문제가 개떡 같이 나오더라도 화 안 낼 거임!
근데 생각해보니까 이미 "비평"도 아니고 "일기"에서 한병철 4번씩이나 깐 시점에서 글러먹었구나
 

컴공이 암기과목이야?? 컴공이 암기과목이냐고?? open chat, open chatgpt 같은 거 때려박아서 힙한 척하는 게 컴공이 아니라고 치열하게 생각하고 설계하고 최적화하고 유저와 교감하며 디버그하는 게 컴공이라고 컴공이 무슨 1900년대 이전 생물학이야?? 우표수집의 학문이야?? 실전에 쓰이지도 않는 개념 달달 외우는 게 컴공이 아니라고 counter loop sentinel loop 이런 거 누가 신경쓰냐고 물론 지식 자체는 중요하지만 어쨌든 맨 마지막에는 코드로 직접 보여줘야만 하는 직업이 개발자라고!!!

 
라고 화내고 싶었으나 그러지 않기로 결심했다
긍정적인 에너지 추구하면서 살 거임
진짜루
 

이번 주 일기 왜 빨리 끝남?

ㅁㄹ 사실 그럴 생각은 아니었어
8주 금토일 ~ 9주차 얘기 분량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다 비밀얘기밖에 없더라고
원래 공개할 수 있는 얘기 vs 비밀얘기 = 8 : 2 정도였다면 이번 주만 유독 4 : 6이랄까?

Fig 12. 맞혀봐

비밀 얘기 하나를 약간 스포하자면... 백준 대회 하나를 세팅 중이다. 내 인스타 보는 친구들 중에서 무슨 대회 세팅하고 있는지 기억하는 사람도 있겠지? 근데 이거 세팅... 엠바고 풀릴 때까지 기다리는 게 진짜 고역이다. 앞으로 1~3달 정도를 더 기다려야 내가 만든 문제가 백준에 공개된다. 요즘 내가 생각보다 인내심이 없다는 사실을 자주(?) 느낀다.
 
뭐 하여튼 뭔가 많은 일이 있었는데, 하필이면 지슷사람들을 만났다 보니 만난 사람들이 다 친한 친구들이었고, 그러다 보니 비밀 얘기를 많이 하고... 카이스트에서도 어쩌다 보니 비밀 얘기를 많이 하고...
그런 뜻에서
난 남들보다 비밀이 많다고 생각은 하는데 어디까지나 생각일 뿐이지 검증된 가설은 아님
내가 파악할 수 있는 건 내가 갖고 있는 비밀의 수일 뿐, 남이 갖고 있는 비밀의 수는 파악할 수 없으니까
나 아는 사람들 중에서 비밀 약간 알고 있는 사람들이 간혹 '대체 어떤 인생을 살아온 겁니까;;' 하고 말하는 건 좀 들어보긴 했는데
다른 사람들도 그럴 순 있잖아
 
내가 겪은 불행이 다른 사람들이 잘 안 겪는 특이한 불행인 건 맞다. 문제는 세상에 존재하는 불행의 수가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예컨대 제가 데이트폭력의 피해자입니까? 아닙니다. 이태원 참사 피해자의 주변인도 아닙니다. 이들의 상처에 대해서 공감할 수는 있겠으나, 실제로 그들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는 알기 힘듭니다. 황정은의 [양의 미래]는 학생 유괴 사건이라는 일종의 재난이자 폭력에 대해서 학생의 주변인들이 연합되기는커녕 오히려 흩어지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재난의 당사자들끼리도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데, 내가 어떻게 감히 남들의 상처를 이해한다고 말하겠습니까.
 
그럼에도

서로를 이해하는

노력을 멈추지 맙시다

 

여러 가지 말들을 여기에 쓰고 싶었지만 여전히 답을 찾지 못한 관계로 여기서 마침

뾰방이가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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